📰 인터뷰 · 어디에 더 마음이 가는지 살피는 한끗 싸움, <파란> 강동인 감독 타인의 장기가 내 몸에 이식되는 것만으로 인간은 엄청난 이물감을 느낍니다. 더군다나 그 장기가 죄인인 아비의 것이라면 거부감은 죄책감으로 번지고 맙니다. 아버지에게서 이식받은 폐를 호흡할 때마다 원망하는 사격선수 태화(이수혁)는 피해자의 딸인 미지(하윤경)를 찾아 나서지만 지옥 같은 삶을 사는 가출청소년 미지도 마음 한편에 둔탁한 가책을 품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강동인 감독의 첫 장편 데뷔작 <파란>은 이중 매듭처럼 단단하게 얽힌 죄의식의 난제에 질문을 던집니다. 강렬하게 울려 퍼지는 총성과 거칠게 몰아쉬는 숨 속에서 우리는 어느 한쪽의 손을 쉽게 들어줄 수 있을까. 산탄총에 맞아 공중에서 부서진 클레이 피전의 파편처럼 흩어진 비극의 조각을 쫓다 보면 우리는 강동인 감독이 마련한 옅은 구원의 단서에 도착할 수 있을 것입니다. - 𝗤. <파란>의 이야기는 어디서부터 시작됐는가. 만약 내가 범죄자의 장기를 이식받는다면. 설령 그 장기가 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하더라도, 그가 저지른 죄의 무게에서 과연 자유로울 수 있을까? 스쳐 지나가는 한 가지 물음에서 <파란>은 시작했다. 처음엔 단편 시나리오로 작업했지만, 죄의식의 문제를 세대를 걸쳐 내려오는 이야기로 확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시에는 <매그놀리아>나 <21그램>처럼 파편화된 사건들이 한점으로 모이는 이야기에 흥미를 느끼던 시기였다. 그래서 전혀 무관해 보이는 두 인물의 우연적인 사건이 끝내 한곳으로 수렴하는 영화를 만들게 됐다 - 𝗤. <파란>을 짓누르는 감정은 죄의식이다. 하지만 태화의 죄책감은 보편적인 수준보다 훨씬 무거워 보인다. 개인적인 성향이 많이 반영됐다. 나는 누군가에게 빚을 지면 어떻게든 제로섬으로 돌려야 한다는 강박이 있다. 근데 죄책감이라는 감정은 임의로 수치화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태화의 경우 미지를 보자마자 예물을 건네면서 자기 멋대로 죄책감에 800만원이란 값을 매겨버린다. 분명 사회적인 시선에서 보면 저게 무슨 계산법이냐고 하겠지만, 왠지 내가 그였다면 그렇게 할 것만 같다. 완전히 타인을 책임질 수는 없으니, 어느 정도 값이라도 치러서 무거운 마음을 외면하고자 하는 판단인 것이다. 물론 태화는 그럼에도 응어리진 죄책감을 떨쳐내지 못한다. 그게 참 역설적이다. - 강동인 감독의 <파란> 인터뷰는 프로필을 통한 홈페이지 또는 <씨네21> 1501호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글ㅣ최현수(객원기자) 사진ㅣ오계옥(@cine_21) #파란 #이수혁 #하윤경 #씨네21_1501호
04.10 13:00